이야기
한 권의 기록이 한 상이 되기까지
시작하고(是), 의논하고(議), 온전히 갖추어(全), 기록으로 남기다(書).
시의전서란
『시의전서』는 약 200년 전, 조선 후기 양반가의 음식과 상차림을 기록한 조리서입니다.
오늘날 우리가 아는 비빔밥이 '부빔밥'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기록된 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.
누군가의 부엌에서, 누군가의 손으로 쓰인 이 책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귀한 손님을 어떻게 맞았는지가 담겨 있습니다.
우리는 왜 시작했는가
맛있는 한식은 많습니다.
그러나 '이야기가 있는 한 상'은 드뭅니다.
우리는 그 이야기를 찾아 1년 넘게 길 위에 있었습니다. 목포와 완도에서 바다의 재료를, 서울에서 옛 조리법을, 그리고 상주에서 『시의전서』를 지켜 온 분을 만나 그 기록을 건네받았습니다.
무형문화재 주물장 장인의 가마솥에 뼈를 고아 국물을 내고, 모든 메뉴는 100번이 넘는 시식으로 다듬었고, 민어 한 마리에서 네 조각뿐인 어교순대는 50번의 시도 끝에 완성했습니다.
- 목포·완도바다의 재료를 찾아. 자연산 민어와 전복, 그리고 그 손질법.
- 서울옛 조리법을 읽고 다시 읽으며, 오늘의 부엌에서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.
- 상주『시의전서』를 지켜 온 분을 만나 기록을 건네받았습니다.
- 광안리무형문화재 주물장 장인의 가마솥을 들이고, 100번이 넘는 시식 끝에 한 상을 차렸습니다.




이곳은 먹는 곳이 아니라
경험하는 곳입니다
시의전서는 한 끼를 파는 식당이 아닙니다. 200년 전 조선의 식탁에 앉아 보는 경험을 차립니다.
오미자차 한 잔으로 시작해, 자개함을 열면 피어오르는 뭉치구이의 훈연, 가마솥에서 막 떠낸 백탕과 홍탕, 그리고 기록서에 적힌 그대로 빚은 어교순대까지.
네 번의 상이 차려지는 동안,
손님은 조선의 손님이 됩니다.
돌다리 — 200년을 건너는 몇 걸음
신발은 벗지 않으셔도 됩니다.
다만 바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건너세요.
1층 연못 위 돌다리를 건너 2층으로 오르는 길.
발밑으로 안개가 피어오르면,
몇 걸음 사이에 200년이 지나갑니다.
200여 년 전, 조선통신사는 부산에서 배를 띄워
바다 건너 일본에 조선의 문화와 맛을 전했습니다.
오늘 시의전서의 담장 너머에는 일본인 학교가 있습니다.
이번에는 배도, 긴 항해도 필요 없습니다.
담장 하나 사이로, 조선의 밥 냄새가 건너갑니다.
손님께
200년 전 한 권의 기록을, 오늘의 상에 올립니다.
책에는 재료와 손질과 불의 세기가 적혀 있지만, 상 앞에 앉은 사람의 마음까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. 그 빈자리를 우리가 채웁니다.
오미자차 한 잔으로 시작해 수정과 셔벗으로 끝나는 네 번의 상. 그 사이에 가마솥의 김과 자개함의 훈연, 민어 한 마리에서 네 조각뿐인 순대가 있습니다.
조선의 손님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. 돌다리를 건너 오르시는 몇 걸음이, 오래 남는 저녁이 되기를 바랍니다.
시의전서 광안 드림


